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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덕규
무성한 풀을 베었다
푸른 깃발을 들고 인해 전술처럼 밀려오는 녹색당 젊은 기수들을 무참히 제거했다
초록 피비린내가 낭자했으나,
초록은 끝내 초록의 배후를 발설하지 않았다
온종일 초록을 헤쳐 베어도 속속들이 초록 일색일 뿐,
그 어디에도 초록을 틈타 초록을 건너려는 초록의 수뇌부는 보이지 않는다
누굴까,
이 염천 땡볕 속 캄캄한 밀실에 숨어 이토록 완벽하게 초록 혁명을 완수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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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
화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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