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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
김길순
보리 굴비 크기는 옛 여인들이 신었던 고무신을 옆으로 누인
키만큼이다. 추석 선물로 들어온 귀한 법성포 굴비를 연휴
끝난 후에야 냉동실에서 우선 두 마리만 꺼내었다.
쌀뜨물에 20분간 담갔다가 손질 후 국 냄비에 또 20분간 쪘다.
마지막에는 프라이팬에 살짝 구웠다.
주방과 실내에 가득 굴비 굽는 냄새가 가득 찼다.
전어 굽는 냄새는 저리 가라할 정도였다.
쫄깃한 살코기를 밥 위에 올려 먹으며 생각한 게 '밥도둑'이었다.******************************
-굴비의 유래 글-
이자겸이 영광 법성포로 유배 왔을 때, 이 소금에 절여 말린 조기를 자신을 유배 보냈던 인종에게 진상으로 올리면서 "진상은 해도 굴한 것은 아니다."라고 적은 것이 굴비屈非의 유래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일화는 한국사 교재에서 이자겸의 난을 다룰 때 토막글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반면 국어학계에서는 조기를 엮어서 말리면 조기의 허리가 굽는다는 것에서 비롯하여 굽는다라는 뜻을 지닌 고어인 '구비仇非'(계곡 굽이굽이, 골목 굽이굽이 할 때의 그 굽이)가 변해서 굴비가 되었다는 어원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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