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착
문정희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
아무 것도 아니면 어때
지는 것도 괜찮아
지는 법을 알았잖아
슬픈 것도 아름다워
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 준 순간의 열매들
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
벌레 먹어
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
이대로
눈물나게 좋아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
여기 도착했어
2023년제31회 <공초문학상'>수상작 - 문정희*****************************************************문정희
전남 보성 출생.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문정희 시집』 『작가의 사랑』 등 14권.부산 항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나는 슬픔을 독학했다 (156) 2023.10.21 |컬럼| 452. 베이컨을 좋아하세요? (170) 2023.10.20 (시) 주홍빛 시를 쓰고 싶은 가을날 (176) 2023.10.18 (시)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197) 2023.10.17 (시) 은발 머리 갈대는 (157) 202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