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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나는 슬픔을 독학했다
    나의 이야기 2023. 10. 21. 00:01

     

    금혼초(국화과)

     

     

     

     

    나는 슬픔을 독학했다

                                                            김대호

     


    슬픔은 수학이었다
    수시로 슬픔의 문제를 풀었다
    슬픔의 공식이 있었으나 슬픔을 풀 때는 공식에 대입했다
    내 슬픔과 당신의 슬픔을 잇는 가장 가까운 선을 구하는 문제는
    아직도 푸는 중
    당신의 인생을 더하고 내 인생을 빼고 당신과 나의 감정을 미적분하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오래된 내 병은 어떤 공식을 대입해도 풀리지 않았다
    지독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넬슨 만델라는 모든 사람에겐 선이 있다고 믿었다
    나 역시 성선설을 믿고 있지만 몸은 항상 뻣뻣하다
    착하게 살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슬픔의 방정식은 풀린다
    내 불행이 슬픔의 근육을 단련한다
    허술한 희망보다 단단한 슬픔은 얼마나 건강해 보이는가
    슬픔의 답안지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지우지 못한 살림살이같이 숫자와 공식과 괄호만 남아있다

     

     

    ****************************************************************


    김대호 
    경북 김천 출생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2019년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



     

     

    자작나무 홍덕기 사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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