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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그리고 거인전체보기 2010. 11. 17. 07:05
송전탑, 그리고 거인 김길순
지창영 시인의 시집 『송전탑』을 문학사계에서 펴냈다. 해설에 의하면, 지창영 시인 하면 우선 「송전탑」부터 떠오르게 된다. 이「송전탑」의 경우, 뾰족한 삼각형과 ‘뿌리 뻗음’ 그리고 ‘울음’ ‘지킴’ 등이 그 송전탑에 내제하거니와 지창영 시인의 눈, 즉 망막의 색소 층에도 동일한 성격의 삼각형이 있어서 이 두 내용이 서로 일치할 때 비로소 ‘삼각’과 ‘뿌리 뻗음’과 ‘울음’ ‘지킴‘ 등이 인식되게 된다.
송전탑
문명의 도시를 벗어나
언덕으로 산으로 줄달음치는
거구의 사내가 씽씽 운다.
일체의 눈물을 모르는
산 같은 무게로 우뚝 선 채
모든 잔소리는 땅 속에 묻고
눈길은 언제나 먼 하늘로 뻗는다.
눈보라 몸서리치는 밤이면
줄줄이 손잡은 채 함묵하는 파수병
온갖 부귀로도 달래지 못할
서러움을 못질하여 씽씽 울다가
바람 부는 능선마다
붉은 피 배어나면
북녘으로 남녘으로 치달리며
기운찬 산맥 줄기줄기
지신 밟는 사내가 교신한다.
“지신 밟는 사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는 송전탑을 ‘거구의 사내’로, “지신 밟는 사내”로 “함묵하는 파수병”으로 에둘러 표현한다. 지신 밟는 행위는 각종 지신을 달래고 잡신 악귀를 몰아내어 안녕 질서를 축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온갖 잡귀 잡신들을 몰아내고 행운이나 만복은 집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재앙이나 병고가 없는 가정과 사회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송전탑으로 은유되는 그 지신 밟는 사내는 시대와 교신하고 역사와 교신한다. 그 교신은 지신을 밟는 행위가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비 본래적으로 파생된‘울음’의 연유를 상징 속에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눈물을 모르는 산의 무게”로 봐서 손쉽게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의 덩어리를 말한다. 그 아픔의 덩어리가 바로 “거구의 사내”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잔소리는 땅속에 묻는다는 것과 눈길은 언제나 먼 하늘로 뻗는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땅에 묻는 것과 하늘로 뻗는 것으로 봐서 밝음과 어둠, 낮과 밤, 질곡과 해방이라는 양면성이 보인다.
그것은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의 자세에서 무엇인가를 크게 얻고자 하는 속내를 눈치 채게 한다. 줄줄이 손을 잡은 형태에서 송전탑끼리 이어지는 선과 선을 통하여 소통의 원망공간(願望空間)을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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