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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의 기도나의 이야기 2023. 10. 29. 00:01
가을의 기도(祈禱)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을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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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현승 시 ‘가을의 기도’ 중에서
그런데 세속적인 사랑은 아닌 듯합니다. 절대자에게 가까이 가려는 소망이네요. ‘가장 아름다운 열매’는 구원일 것입니다. 높은 정신의 경지인 깨달음일 수도 있겠고요. 시인님은 오로지 그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겠다고 합니다. 그런 열매를 맺게 하려면 나뭇잎이 그랬듯이 얼마나 정성을 다해야겠는지요. 쉼 없이 물을 당기고 햇빛을 모아야 합니다. 그 순도 높은 열정의 시간, 몰입의 시간을 달라고 기도합니다.- 「다형김현승전집 운문편·산문편」(다형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 2012년) 중에서-
<<김현승 시인 약력>>
*1913년 광주 출생(1975년 별세)
*1934년 숭실전문 재학중 교지에 투고했던 시<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때 당신들>를 양주동의 천거로 동아일보에 발표
*1951년 광주 조선문리대 졸업
*시집 : <절대고독>, <마지막 지상에서>,<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등(김현승 1913~1975,평양에서 태어나 일곱살 때 전남 광주에서 자랐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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