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어머닌 치매가 아니다나의 이야기 2023. 10. 31. 00:01
2023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어머닌 치매가 아니다
박청환
둘째 형 장례를 치르는 동안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후로도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둘째 형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대신 어머니는 언젠가부터 셋째 형을 둘째네라 불렀다 처음부터 아들 사 형제가 아닌 삼 형제를 둔 것 같았다 마치 둘째 형이 애초에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것 같았던 어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았다 글을 모르고 숫자를 몰라도 슬하 구 남매와 손주들 생일까지 때 되면 척척 꼽아 챙기시던 기억이 허물어졌다 매년 아버지 기일이면 두 해만 더 살고 따라가겠노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제사상을 보고도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신다 내 이름도 누나들 이름도 서로 뒤죽박죽 헷갈리신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셋째 형만은 여전히 정 확 하 게 둘째네로 부르고 있다
박청환 시인
2017년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은상 시 '가장자리'
2021년 제27회 지용신인문학상 시 ' 배웅' 당선
2023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
현 KORAIL 1호선 전동열차 승무원
[출처] 마경덕 카페 / 작성자 김길순
충북 단양 사인암 홍덕기 작품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풀의 공식 (143) 2023.11.02 조락의 계절 (185) 2023.11.01 (시) 식사 (187) 2023.10.30 (시) 가을의 기도 (164) 2023.10.29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165) 202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