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한라봉 천혜향나의 이야기 2023. 10. 27. 00:01
한라봉 천혜향
엄한정
우리가 한때라도 만났던 것은
한낮의 꿈이었다.
반가운 눈이 내려 창문을 열면
향나무가 선 우물가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하얗게 기다리던 너
무슨 나의가시에 찔렸는지
어찌해 천혜향을 건네며
이제 끝났어요.
앙금 같은 향기만 남긴 채
우리는 처음처럼 악수를 하고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되어
안녕이라고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서로 그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 문학사계 가을 79호에 발표된 시
************************************
엄한정:
1936년 인천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및 성균관 대학교 졸업.
1963년 <현대문학>과 <아동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낮은 자리> <연산담화>
미당시맥상, 한국현대시인상본상. 성균문학상 본상. 한국문인협회감사.
국제팬클럽현회 한국본부 이사 역임.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작성 김길순-
한라봉 제주도 귤밭(구글 이미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가을의 기도 (164) 2023.10.29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165) 2023.10.28 내일은 어디에 (192) 2023.10.26 (시) 시월 (172) 2023.10.25 (시) 맨숀을 맨손이라 부를 때 (163)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