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시) 행복
    나의 이야기 2024. 2. 5. 02:55

     

     

     행복 

                                   민 구

    행복하니까 할 이야기가 없다
    밥을 굶어도 좋다

    오늘 뭐 먹었어?
    뭐 하고 있어?

    네가 물으면 떠오르는 게 없는데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다

    꿈에서 은사님을 만났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 따귀를 때렸다

    (거기서 행복하시냐는 말로 들은 걸까)

    살아 계실 때 선생님이 그랬다
    시인은 불행하다고
    그림자가 없다고

    꿈에서 맞은 매는 아직 얼얼한데
    사랑이나 마음 같은 단어들은
    강화도 펜션에서 보이는 나라처럼 멀고

    나는 불판의 연기가
    그쪽으로 날아가는 게 미안해서
    평소보다 허겁지겁 고기를 먹으며

    북쪽의 조그만 마을을
    안개가 가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끝났다
    내려놓을 말이 없다

    밀고 나가서 쓸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불행은 내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너는 과거에도 그랬다고
    타이르는데

    행복해서

    남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


    민구
    인천 출생.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배가 산으로 간다』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삼척 월천 솔섬 일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봄 빛  (189) 2024.02.09
    그대 앞에 봄이 있다  (232) 2024.02.07
    (시) 귀촉도  (148) 2024.02.04
    진정한 사랑  (233) 2024.02.02
    봄이 달력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223) 2024.01.3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