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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춘,하, 추, 동
    나의 이야기 2024. 2. 25. 16:07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춘,하, 추, 동 

                                                       김길순/작성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
    곶 됴코 여름 하ᄂᆞ니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어
    꽃이 아름답고 열매도 많이 열리리니)

    「용비어천가」의 본문과 그것을 풀이한 한시는 1445년, 곧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1년 전에 만들어졌으므로, 이 노래는
    훈민정음으로 적힌 글로서는 가장 먼저 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 문체는 유창하여, 처음 글자를 만들어 쓴 민족의 글이
    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것은 아마 그 이전 시기로부터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노래의 영향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는 조선조 제7대 세종이 조선개국이 하늘의 뜻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은 용비어천가 125장 가운데 제1장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라야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많은 열매를 맺듯이 조선 왕조의 근원이 심원(深遠)할 뿐더러 무궁하게
    번창할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은유한 노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4계절의 이름은 우리 선인들이 즐겨 썼던 한자  춘春, 하夏, 추秋, 동冬,에 결코 자리를 넘겨
    주지 않고 더 큰 세력을 견지 해 왔다. 그건 우리말이 뜻글자인 한자 말보다 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한자말처럼
    글자
    담겨진 의미를 골똘히 헤아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봄이란 말은 '보다'의 어간 '보'를 이름 할 때, 'ㅁ'이나'음'을 붙여서 '봄', 혹은 '보음'이라 한 것이 굳어진 것이다.
    여름도 용비어천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꽃이 아름다울수록 별과 나비가 많이 날아들고 암수의 꽃가루받이가 잘 이루어져서 열매가 열리게 된다는 자연법칙에서 출발되었다.

    독일의 시인 마리아 릴케는 <가을날>이라는 시에서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라고 노래 하지 않았나 싶다. 봄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열매의 계절이다. 온갖 식물이 '열음'을 하는 때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동질적인 것으로 시작되어 이루어진 말들이 많다.

    ※ 열매가 '열다'는 어간 '열'에 '음'을 붙이면 '열음', 또는 '여름'이 된다.

     

     

    일러스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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