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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죽은 피리 살리기나의 이야기 2024. 6. 15. 00:01
죽은 피리 살리기
마경덕
어느 시인이 선물한 쌍골죽
잎마름병을 버틴 병죽病竹이라
골이 파인 살이 단단하고 소리가 잘 여물었단다
뚫린 구멍으로 선계仙界까지 불러들인다는데,취구에 숨을 밀어넣고 지공을 막아도 맥이 뛰지 않는다
사람의 입김으로만 혈이 트인다는
이 어둠은 몇 겹일까거슬러 오르면 만파식적의 뿌리에 닿을
영목靈木이라,
헛바람으로는 감히 심장에 닿을 수 없어
어깨와 입술로 곡진히 받든다대숲은 봄의 뼈마디에 또 방을 짓고 칸칸 맑은 바람을 쌓는데
탁한 가슴은 받지 않겠다는 듯,
꽉 닫힌 죽관
대금 속으로 들어갈 문이 없다갈대 속청의 떨림도 말라 죽음과 잠의 사이에서
몇 해
자는 듯, 죽은 듯
********************************************************※ 시집『사물의 입』2016. 시와미학 시인선
{출처}마경덕 카페 -작성자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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