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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2
정지용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렸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한 발톱이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로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들러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애쓴 해도(海圖)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
휘둥그란히 받쳐 들었다.
지구는 연잎인 양
오므라들고······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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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는 지성과 감각의 미묘한 하모니를 보게 된다. 이 시인의 바
다로 향하는 상상력은 그렇게 경이롭고도 신선하고 신비로울 수가 없다.
그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시적 경이감이다.
바다의 푸른 파도의 움직임을 뿔뿔이 달아나려고 하는 '푸른 도마뱀떼'로
유추해서 표현하고 있다. 푸른 도마뱀이라는 이미지를 끌어올린 비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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