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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막도장
    나의 이야기 2024. 7. 23. 00:01

     

    막도장
                                                                                        김우진

      길 건너 도장집 김씨, 평생 나무를 찍어 넘긴 옹이진 손이 목도장을 파고 있다
    조각칼 끝에 밀려나는 나무의 속살,
    노인은 십분 만에 나무 한 그루를 파 헤쳤다
    백년을 써 먹어도 끄떡없을 물푸레나무 도장, 둥근 방 한 칸이 이름 석
    자를 품었다
    모음과 자음이 서로 부둥켜안았다 물푸레나무로 도끼자루를 만들던 아버지도
    막도장처럼 살다 가셨다

      닥치는 대로 살아온 내 발자국 같은, 서랍 속에 막 굴러다니는 막도장, 나는 막도장을
    가볍게 보고 집 한 채를 거덜
    낼 뻔 했다 처남은 함부로 도장을 찍어 가장골 무논 엿
    마지기를 말아먹었다 나는 오늘 전세계약서에 막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두 해 동안
    우리 네 식구 발 뻗고 살 방 한 칸을 막도장이 내주었다 물푸레 도장을 찍었을 때 내
    손에 파
    랗게 물이 올랐다 나는 집 한 채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

    ​김우진
    전남 광양 출생. 경기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8년 제10회 수주문학상 수상,
    2008년 제6회 전국문화인창작시 대상(국회의장상), 2016년 농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홍덕기 사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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