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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공동우물
    나의 이야기 2024. 7. 20. 00:01



    공동우물

                                                      김용택

    동네 가운데 허드레 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 마르지 않았습니다.
    세수도 하고, 걸레도 빨고 미나리꽝과 텃논 물도 대고, 동네 불나면
    그 샘물로 불도 껐습니다.
    그 샘 중심으로 위 곁, 아래 곁 편 나누어
    줄다리기도하고, 짚으로 만든 공 차고, 씨름하고, 자치기했습니다.
    공동으로 쓰다 보니, 늘 물 나가는 도랑이 막혀
    실지렁이들이 사는 해치가 물길을 막았습니다.
    현철네 할머니, 막힌 도랑 치우며
    급살을 맞을 연놈들, 어질러놓기만 하지
    누구 하나 치우는 연놈들 없당게,
    아니나 치우면 되지, 손목댕이가 부러지나 어디가 덧나나,
    양 소매 걷어붙이고 맨손으로 후적후적 막힌 도랑 다 치웠습니다.
    그러다가 미꾸라지 나오면
    한 마리 두 마리 잡다가 나중에는
    샘을 품어 미꾸라지 잡았습니다.
    샘물 다 품어내면
    엄지손가락만 한 누런 미꾸라지들이
    물구멍 물을 따라 꾸역꾸역 꾸물꾸물 나왔습니다.
    구경꾼들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샘가에 삥 둘러서서
    여기도 한 마리 저기도 한 마리 가리키며 도왔습니다.
    미꾸라지 다 잡고 나면 새 물 넘쳐
    도랑으로 시원하게 쑤욱 잘도 빠져나갔습니다.
    동네 사람들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김용택
    전북 임실 출생 1982년 《창작과 비평》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섬진강』· 『맑은 날』 『그 여자네 집』 등 다수


    구글 이미지발췌(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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