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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콩
    나의 이야기 2024. 8. 6. 00:01

     

                                       문정희

    풀벌레나 차라리 씀바귀라도 될 일이다
    일 년 가야 기침 한번 없는 무심한 밭두렁에
    몸을 얽히어
    새끼들만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부끄러운 낮보다는 밤을 틈타서
    손을 뻗쳐 저 하늘의 꿈을 감다가
    접근해 오는 가을만 칭칭 감았다

    이 몽매한 죄
    순결의 비린내를 가시게 하고
    마른 몸으로 귀가하여
    도리깨질을 맞는다

    도리깨도 그냥은 때릴 수 없어
    허공 한 번 돌다 와 후려 때린다
    마당에는 야무진 가을 아이들이 딩군다
    흙을 다스리는 여자가 딩군다

    **************************

    문정희
    전남 보성 출생.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문정희 시집』 『작가의 사랑』 등 14권

     

    구글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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