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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눈물
    나의 이야기 2024. 8. 4. 00:01

     

    눈물

                                              최문자

    어릴 적 외할머니가 이불 빨래하는 날은
    뒷마당에서 잿물을 내렸다
    금이 간 헌 시루 밑에서 뚝뚝 떨어진
    재의 신음소리
    꼭 독한 년 눈물이네
    열 아홉에 혼자된 외할머니 독한 잿물에
    덮고 자던 유년의 얼룩들은 한없이 환해지면서
    뒷마당 가득 흰 빨래로 펄럭였다
    하나님은 내가 재가 되기를 기다렸다
    하루종일 재가 되고 났는데도
    아직 남아 있는 뭐가 있을까? 하여
    쇠꼬챙이로 뒤적거리며 나를 파보고 있었을 때
    재도 눈물을 흘렸다
    어제의 재에다
    새로 재가 될 오늘까지 얹고
    독한 잿물을 흘렸다
    조금도 적시기 싫었던 사랑까지
    한없이 하얘져서
    세상 뒷마당에 허옇게 널려 있다
    재는 가끔 꿈틀거렸다
    독한 눈물을 닦기 위하여



    최문자 시인의 시(눈물)이다. 여기에서 '눈물'은 독한 눈물인 동시에 인생을 빨래하는 눈물이라 하겠다.
    '잿물'도 마찮가지다. 그 독한 잿물도 역시 세탁물을 세탁하는 동시에 '인생의 빨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재'는 "빨래'의 재료다. 그리고 그것은 눈물과도 연결된다.

    ● 최문자 시인 약력
    1947년 서울에서 출생.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박사. 저서로는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등과 그밖의 저서로는 『시창작 이론과 실제』『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사상의 상징적 해석』등 다수가 있음.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및 제6대 협성대학교 총장 역임. 2008년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2009년 제1회 한송문학상 수상.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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