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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餘韻)
조지훈물에서 갓나온 여인(女人)이
옷 입기 전 한때를 잠깐
돌아선 모습
달빛에 젖은 탑(塔)이여!
온몸에 흐르는 윤기는
상긋한 풀내음새라
검푸른 숲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머리채는 부드러운 어깨 위에 출렁인다.
희디흰 얼굴이 그리워서
조용히 옆으로 다가서면
수지움에 놀란 그는
흠칫 돌아서서 먼뎃산을 본다.
재빨리 구름을 빠져나온
달이 그 얼굴을 엿보았을까
어디서 보아도 돌아선 모습일 뿐
영원(永遠)히 보이지 않는
탑(塔)이여!
바로 그때였다 그는
남갑사(藍甲紗) 한 필을 허공(虛空)에 펼쳐
그냥 온몸에 휘감은 채로
숲속을 향하여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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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1920~ 1968의 시
여기에서 조지훈 시인은 탑의 전체적인 모습을 '물에서 갓나온 여인'에.
탑에 흐르는 윤기는 "상긋한 풀 내음새'에 비유하고 있다.구글 이미지 발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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