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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전날 다니러 온 아들나의 이야기 2024. 11. 8. 00:01
입동 전날 다니러 온 아들 / 김길순
중국 베이징에 나가 사업하는 아들이 건강검진차 이년만에 들렸다.
오늘이 마침 입동이라 겨울 문턱이 실감 나게 찬바람과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낙엽이 뚜루루 찬바람에 날리고 두툼한 겨울 코트를 입고 지나는 행인들을 본다.
건강검진차 온 아들은 새벽부터 서둘러 병원으로 향하고 나는 아들 위해 시장 봐 온
음식을 준비한다. 지난 번에 와서도 집에서 밥을 거의 먹을 사이 없어 못 먹었지만
어미 마음은 글럴 순 없어 준비를 거듭한다. 색소폰을 잘 부는 아들 그리고 가끔
시적인 글도 보내온 아들 오래전 호주에서 유학할 때 아버지께 보내온 글을
올린다.
고개 숙이고 나는 새
아버님께
그는 언제나 처럼
부처의 감은 눈을 하고,
자신의 날갯짓, 펄럭임조차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눈을 떠
푸른 산과 푸른 들판을 한눈에 모으고,
모나리자의 미소를 띠곤
살며시 눈을 감는다.
고개 들고 솟아오르는 새들의
웃음소리도, 다툼소리도,
그의 귀에는
모차르트의 자장가.
때론 비바람에 휘말리고,
때론 새들에 밀치어 휘청거리고,
때론 까닭 모를 눈물을
잠시 떨구지만,
그의 완만한 비행은 언제나처럼
저 먼 곳을 향한다.
그의 긴 여정 끝에는
앞서가던 동료들도 보이지 않고
탐스런 과실의 파라다이스도 아닌,
늘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그렇듯이
한없는,
한없는 바다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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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CRIFFITH UNVERSITY에서 아들 창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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