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1914~1993년)
낙엽(落葉)은 포-란드 망명정부(亡命政府)의 지폐(紙幣)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시(市)의 가을하날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푸러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러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急行車)가 들을 달린다
포프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工場)의 집웅은 힌 니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닭 꾸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브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래 발길로 차며
호을노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우러진 풍경(風景)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여 간다
▷김광균 시집 「기항지(寄港地)」(1947년 정음사 발행본을 문학사상사가
'한국현대시 원본전집' 17권에 묶음) 중에서. 김광균 시인님(1914~1993년, 경기도 개성)은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설야'가 당선되면서 등단.
※ 흩어진 낙엽이나 쓸모없이 버려진 지폐, 이 두 성격의 사물에서 상사성(相似性)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현대시가 보여준 새로운 이미지의 창출이라본다.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가 무엇인지를 밝히기란 어려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124) 2024.12.13 사십 계단을 오르내리며 (104) 2024.12.12 저녁 잎사귀 (137) 2024.12.10 세계적인 명저 (失樂園)의 저자 존 밀턴을 알아봅니다. (144) 2024.12.09 오늘의 일기 (86) 202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