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 팥죽 먹는 날 어머니께 부치는 글전체보기 2010. 12. 22. 03:55
동지 팥죽 먹는 날 어머니께 부치는 글
김길순
어머니는 동지팥죽 날이면 까만 무쇠 솥에
솔가리 불을 활활 지피시며 팥죽을 끓이셨지요.
구슬 같은 새알 심 방글 방글 떠오를 때는
어머니의 희망이었어요.
큰 오빠 한 그릇 작은오빠 한 그릇 그렇게
새알심을 마음껏 사발에 담아 주시던 어머니!
땅속에 묻은 항아리에서 동치미 떠오는
심부름은 언니가 했었어요.
어머니!
큰언니는 일산에서 작은 언니는 수원에서 살고 있는데
서울에 사는 저는 요즘에는 전화만 하고 지네요.
오늘은 동지 팥죽 먹는 날이네요.
어머니 생각에 새알심이 목에 걸려
꺼이꺼이 넘어 가네요.
혹여 그곳에서도 동지팥죽을 끓이시나요.
큰 오빠와 작은 오빠도 같이 있나요.
그리고 먼저 간 제 딸 외손녀도 같이 있나요.
외손녀의 새알심도 스무 개가 넘었어요.
오늘 아침 팥죽 사발에 떠오르는 새알심에서
저의 가슴 속 애간장이 녹을 것 같은
사랑하던 가족들이 생각나네요.
그리운 어머니! 이슬이! 오빠!
'전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이브에 생각나는 남자 친구들 (0) 2010.12.24 울타리가 되어주는 측백나무 (0) 2010.12.23 사랑하는 사람이 부르신다면 (0) 2010.12.21 날마다 그이를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0) 2010.12.20 스물아홉의 꽃다운 나이에 진 윤동주 시인 (0) 201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