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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갈대가 있는 명성산전체보기 2011. 8. 22. 05:52
은빛 갈대가 있는 명성산
김길순
가을이 되면 생각이 난다. 몇 년 전 문인들 모임에서 경기도 포천
명성산에 있는 갈대숲을 보기위에 일행들과 출발을 하였다. 골짜기를
거쳐 산등성이를 오르는데 끝없이 멀고 힘들었다. 또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는 남녀를 막론하고 손이라도 이끌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일행 중 한분이 비탈길을 오를 때 손을 잡아 당겨 주었다.
그분은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라고 일행이 알려 주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그런데 중간쯤 넘어설 무렵에는 돌아올 수도 없고
더 가자니 너무 힘들어 주저앉을 찰나에 앞에 젊은 연인 둘이 앉아
배를 깎아 먹고 있었다.
한입 달라는 소리는 차마 못하고 쳐다보기만 했다. 너무나 간절해 보였는지
얄포름하게 한 조각을 주었다. 혼자 먹어도 입술을 적실까 말까한 그 배 한 조각을
옆에 있는 교장선생님 또한 얼마나 목이 탈까 싶어 반을 나눠 먹었다.
드디어 은빛 머릿결을 하고 바람에 자지러지는 갈대밭이 꼭대기에서
반짝이며 햇볕에 타고 있었다. 얼마간의 쉼을 갖고 우리는 하산하는데
오던 길로 내려가지 않고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면 빨리 갈 수있다하여,
그 길을 택했는데 경사가 어떻게나 가파른지 곤두박질치는 느낌으로
세 시간을 내려왔다.
나중에 안 일인데 일행 중 나와 같은 길로 하산한
내 또래의 여성은 그 후 발톱까지 빠졌다는 얘길 들었다.
명성산하면 은빛갈대와 한조각의 배와, 손을 잡고 이끌어준 교장선생님
지금은 교육의원으로 계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 그 명성산을 지금도 오를 수 있을까 가을이 오니 문득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