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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찍으면서
김길순
요즘 정보화 시대이고 보니 메일로 소식을 전할 때가 많다.
자기소개를 할 때 명함이 없고서는 아주 불편함을 느낀다.
이메일 주소를 일일이 말할 수도 없고 해서 나도 몇 년 전부터 명함을 찍어 다닌다.
얼마 전 어느 문학 강의를 들었다. 강사님께서 문인에 대해서 말하면서 시를 쓰면 썼지
명함에다 아무개시인 아무개 수필 소설가 작가 이건 자기 과시가 지나치다고 얘기를 하셨다.
나는 속으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었다.
개성주의 시대에 자기를 알리는 데 쓰면 어떠하랴. 그렇게 보는 이가 더 웃어 울 수가 있다.
한편의 시를 쓰는데 그리 쉽지 만은 안기 때문이다.
전업이라 해도 과원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 그렇게 아무개 시인이라고 쓸 만치 작품의 완성도가 못 된다.
요 며칠 전 명함을 다시 찍는데 자그만 그림 인물사진 한 장을 넣고 메일 주소와
블로그 주소도 넣었다. 이젠 만나는 사람에게 일일이 메일 주소와 블로그 주소를
말하지 않고 명함 한 장이면 되게 만들었다.
명함을 보면서 자꾸 웃음이 난 이유는 아무개 시인이라고 쓰지 말라는
그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