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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 남은 달력
김길순
처음 만났을 때는 삼백예순 닷새
마음 꽉 차있었는데 어디론가
날아가고 텅 비었네.
보내고 날이 새면 또 다시 만났는데
약속표시 해놓은 숱한 날들도
휴지 속으로 사라져갔네.
쉬는 일 없이 앞으로만 가더니
마지막 장 남았네.
벌써 벽에 걸릴 새달력
빨간날 파란날 비밀을 감춘채
입을 꼭 다물고 두루마리로 감겨져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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