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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를 생각하면
김길순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뜻 한 바를 이루려고 할 때이다.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할 때 대부분 졸라맨다.
늦출 때는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질 때 이다.
밭일 많이 하시던 옛 할머니들은
일 하시기 전 야무지게 매시고 일하신 걸로 안다.
옛 시절 브래지어가 나오기 전
아가씨들은 누군가가 볼까봐 지금보다 조금 넓은 치마 허리띠를
가슴위에 올려 동여매었다고 들었다.
젖가슴도 가슴이지만 그 속에 숨긴 사랑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요즘 허리띠를 사서
제일 안 구멍에다 졸라매고
발 빠르게 움직여 보려 하지만 얼마 안가서
구멍이 찢어져 뒤로 물리고 만다.
소녀의 꿈은 진즉 사라졌는가.
흐릿한 기억 속에 나도 한 때는 허리가 24인지였는데
콩당콩당 뛰는 가슴은 사라지고 허리띠를 졸라 맬수록 배는
잘룩잘룩 옆으로 보면 숫자3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 그이는
별 새로운 각오 없이도
허리띠는 매일 졸라매고 다닌다.
물론 바지의 옷매무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 풍파에 이기려면 남자 자신도
매일 새로운 각오를 하며 허리띠를 졸라맬지도,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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