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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순 씨
김길순
꽃이 참 예쁘네.
말은 여전히 조금씩 하신다.
일제강점기에 어렵살이 배운 한글을
까맣게 잊은지가 오래이시다.
어머니 만원을 주고 3천원 물건 값을 주면
거스름 돈은 얼마 받아야지요.
몰라! 하시며
뭐가 걱정이여
돈만 있으면 뭐던 사올 수 있지 하신다.
어느 날 우리 집에 오셔서 잠깐 나갔다 오시는데
동 호수가 생각 않나 엘리베이터를 여러번 오르내리 실 때
마침 며느리를 만나자 눈물을 흘리신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아들이 외출하면서 5만원을 바지춤에 넣어 드렸다.
그 날 오후 식탁위에 검은 봉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생닭 두 마리 고등어 새조개 채소 등
재래시장에서 5만원어치 물건을 한꺼번에 사 오신
치매 있는 시어머니
하긴 돈을 다 쓸줄 아신다는 그 말이 맞기도 하다.
엄동설한인데도 추위가 가는지 오는지
두둑한 옷을 입혀 드리는 건 아들 며느리 몫이다.
복잡한 아파트가 싫다시기에
과수원하는 작은 아들집에 계시는 93세 나의 시어머니
구정이 돌아오니 인사를 가야 하는데
며느리인 나를 알아 보시기나 하실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