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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나물
김길순
오래전 시골 여름반찬에는 가지나물이 자주 나왔다. 어머니는 가지나물을 할 때면
통통한 가지를 밥 위에 찐 후 여러 갈래로 찢는다. 마늘 참기름 깨소금 간장 맛이 어우러진
가지나물의 삼삼한 그 맛이 좋아 한 접시도 거뜬히 먹을 수 있었다.
요즘 시장을 오르내릴 때면 가지가 풍년이든 것처럼 한 무더기에 천원에 판다.
윤기 자르르하고 진보라 색조가 무척이나 정감이 가고 신비롭다.
어느 화가는 창가에서서 석등을 보며 생가지를 먹었다는 소설이 기억에 가물거리기도 한다.
지나다 보면 한입 먹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지는 역시 요리를 해야지만 제 맛을 알 수 있다.
유년의 시절처럼 먹고 싶어 무쳐도 보고 후라이판에 볶아도 보고 한다.
그 시절 그리움의 여름 반찬은 가지나물을 빼놓을 수 없다.
어머니의 손맛을 따를 수는 없지만 언제나 생각은 스친다.
보리밥에 풋고추 애호박된장찌개 가지나물 이렇게 있으면 부러울 것 없었던 여름반찬
오늘 따라 가지나물이 스르륵 목을 타고 잘도 넘어간다. 어머니생각에 가지나물 한입 물고
매운 풋고추 먹은 후처럼 눈시울이 자꾸만 붉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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