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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릉에 다녀와서
김길순
벌써 초가을로 접어들어 아침에는 소슬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릴 때 가보았던 동구릉으로 글 쓰는 문우들과 동구릉으로 향했다. 우리는 여울물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호젓한 숲 속으로 일행들과 같이 걸었다.
푸른 숲 물가에는 홍싸리와 물봉숭아가 아름움을 더했다. 홍싸리꽃은 겨울을 맞으면 흑싸리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왠지 꽃을 보고 곱기도 하지만 웃음이 피식 났다. 어쩌면 나의 인생도 홍싸리에서 흑싸리로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지 그 생각 때문이었다.
동구릉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근엄했다. 임금님과 왕후를 모신 곳이라 존경하는 자세로 관전하기 마련이다. 조선 초기 태조 이성계권원릉 능상에는 잡풀이 우거졌다. 능 안에 유골을 다른 곳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잔디는 심지 않아서 그런지 왠지 꺼칠해 보였다.
다른 여덟군데의 능은 잔디도 잘 가꿔져 있고 햇살도 포근했다. 특히나 마음 아파했던 곳은 현릉이었다. 현덕 왕후는 단종을 낳고 산후병으로 24세에 승하하셨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요즘같이 의약이 좋았으면 수명을 더 연장했을 수 있었을 것인데 라고 생각했다.
숭릉은 현종과 그의 비 명성왕후 김씨의 능이다. 왕후는 소생 없이 42세로 승하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예법 중 칠거지약을 범했으니 마음 고생은 안 봐도 알 듯하다.
나는 왕릉 숲길을 걸으며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일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위고하를 가릴 것 없이 평탄치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행복한 삶을 영위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 오늘 왕릉에서 본 왕비의 일생과 사대부 집안에서 겼었던 조선시대의 여인들에 비하면 요즘 여인들은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조선왕조의 사적을 바로 인식하고 역사적인 뿌리에서 더 많은 유물보존과 사적을 보호해서 자손만대 이어지게 하여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을의 첫 나들이를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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