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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기도나의 이야기 2014. 10. 20. 04:30
헤르만 헤세의 기도
김길순
헤세(1877-1962)는 괴테상과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의 시인이요 소설가로 알려진 방랑의 시인이었다. 그는
구름처럼 떠돌면서 그 구름을 관조하며 인생을 노래한 철학적 사색의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자유와 평화에 대하여, 은둔과 방랑과 향수 등에 대하여 관조하면서 기도하였다.
문학작품 속에서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였으나 때로는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찢기 우고 상처받고
아파하며 그 치유를 기다리면서 성(聖)과 속(俗)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신앙의 바탕에서도 자유분방한 낭만성의 연소(燃燒), 전통적 종교성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교차하는 이 두 요소의 복합 미묘한 대립과 조화에서 우람한 거목 같은 문학으로 키워갈 수 있었다.
주여, 저로 하여금 절망하게 하십시오.
그러나 당신께는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혼미한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소서.
모든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모든 부끄러움과 욕됨을 맛보게 하시고
내가 나 자신을 가누는 것을 돕지 마옵소서.
그러나 나의 모든 자아가 파괴되었을 때는
당신이 그것을 파괴하셨고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낳으신 사실을
나에게 가르치소서.
왜냐하면 나는 기꺼이 멸망하고
또 기꺼이 죽을 수 있습니다만,
오직 당신의 품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여, 저로 하여금 절망하게 하소서>
헤세는 주님께 “저로 하여금 절망하게 하십시오.” 하고 간구한 다음 그러나 당신께서는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하고,
역설적인 언어로 기도하고 있다.
절망하게 하여 달라고 기도 하면서, 바로 그 뒤를 이어 당신께서는 절망하지 말게 하여 달라고 하면서 기도하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그는 기도문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을 수 있습니다만, 오직 당신의 품에서만 죽을 수 있다는
일체의식을 토로하고 있다. 헤세의 기도는 기도인 다운 기도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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