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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시인『시공을 넘나드는 나의 문학적 인생기』를 읽고나의 이야기 2016. 10. 26. 00:30
김철 시인『시공을 넘나드는 나의 문학적 인생기』를 읽고
「어느 학도병의 편지」
김길순
포항 전투에서 싸우다 전사한 이우근이라는 중학교 3학년생이 목숨을 잃기 전에
어머니에게 쓴 편지는 너무나도 비통해, 김철시인님이 영어 번역과 함께 2014년
출간된 제3시집『비와 나무와 하늘과 땅』에 실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편지 내용 그대로 발췌해서 올린다.
어느 학도병의 편지 / 이우근
어머니!
지금 내 옆에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빨아입었습니다. 청결한 내복을 입으며 저는 두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 가겠습니다.
꼭!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 1950년 포항전투에서 이 편지를 쓰고 난 후 전사한 16세의 중학교 3학년생 학도병
이우근님께서는 부디 좋은 곳에서 부모 형제들을 다시 만나 편안한 생활을 하고
계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여기까지 발췌한 내용입니다>
한국전쟁이 남기고간 뼈저린 아픔이다. 다시는 이땅에 이러한 동족상잔이 없어져야겠습니다.
그 급박한 상황에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를 읽는 순간 나의 가슴도 비통해지다 못해 가슴이
미여지네요. 자식을 키워본 나로서 그 어머니의 상처는 사는동안 아픔이 오죽했으랴 생각되네요.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가 얼마나 큰지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낍니다.
문예비전에 글을 올려주신 김철시인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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