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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왔던 각설이전체보기 2010. 9. 5. 05:38
작년에 왔던 각설이
김길순
그 해 늦은 가을 날
옥양목 바지저고리에
동냥자루 어깨에 걸쳐 메고
사립문 안에 들어서더니
털석 주저앉아 시작한다.
어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아
저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이렇게 곡식이 나올 때 까지
일절부터 십 절 까지---
동네 아이들 둘러서서 구경꾼이 되고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질 때 까지
구성진 타령은 담장을 넘어가고
동냥자루를 멘 채 절름절름 절던
각설이 아저씨들 세월 속으로 사라진 후
시골 장터에 신품바가 나타났다
우리 부모 나를 낳아 영화 보잤더니
이 신세가 웬 말이냐고
각설이의 못다한 한을 풀어주려고
쭈그러진 깡통을 수저로 쳐댄다
어깨 춤을 등실등실 두둥실
구경꾼도 품바도 잘도 돈다
내 안에 짠하게 남았던 그 노래
어얼 씨구씨구 들어 간다아
저얼 씨구씨구 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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