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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독도(도종환)나의 이야기 2019. 8. 5. 01:30
독도
도종환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누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땅채송화 해국 술패랭이 이런꽃의 씨앗처럼
세상 욕심 다 버린 것
외로움이란 외로움 다 이길 수 있는 것들만
폭풍우의 등을 타고 오거나
바다 건너 날아와 꽃피는 섬
사람 많은 대처에선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인
녹색 비둘기 한 쌍 몰래 날아와 둥지 틀다 가거나
바다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해조류 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질이며 모여 사는 곳
그런 걸 아는 사람 몇몇 바다 건너와 물질하며 살거나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 독도를 생각하며 한 편의 시를 같이 감상 하고자 올렸습니다. -김길순-
임영빈 화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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