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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정 시인의 시집 <나의 자리>를 읽고나의 이야기 2020. 7. 4. 00:05
엄한정 시인의 시집 <나의 자리>를 읽고
김길순
박목월 시인과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아동문학'과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엄한정 시인이 시집
<나의 자리>를 펴냈다. 교직생활 40년을 거쳐온 엄한정 시인은 목월과 미당의 제자답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시를 써왔음을 전해 듣고 알고 있다. 엄한정 시인이 웃을 때는 염소를 닮았다고 해서
미당이 念少라는 호를 지어주었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다. 그의 결혼식 주례는 박목월 시인이 섰다고 전해 들었다.
그는 "빨리 가다가 넘어지느니 쉬엄쉬엄 간다. 발 편한 신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라고 썼다.
「누나 분꽃 별」 시를 통하여 고향의 뜰로 손짓하여
저녁에 피었다 아침에 지는 분꽃 그 상큼한
향기를 자아내며 오누이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세상이 혼탁하고 앞이 흐리게 보일 때
이런 순수한 시를 통하여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마음의 양식이 되리라 여겨져서 여기에 올린다.
나의 자리
엄한정
걸을 힘만 있으면 집을 나선다
바쁜 세상에 나는 소걸음이다
소걸음이면 어떤가
물 흐르듯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길
빨리 가다가 넘어지느니 쉬엄쉬엄 간다
언덕을 오를 때는 멀리 보지 않고
발부리만 보며 뒷걸음질 한다
발 편한 신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
꽃자리가 아니라도 잠시 쉴참에는
스쳐가는 여인의 미소를 만나며
한 모금의 샘물을 마시고
산간의 풍경소리도 듣는다
희망을 줄이며
조각보처럼 옷을 기워 입어도
남들이 앉지 않는 젖은 의자라도
낮은 자리라도 크게 보일 때
그 자리가 나의 자리인가 싶다.
누나 분꽃 별
엄한정
누나와 같이 보던 분꽃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지는 꽃
분꽃이 피고 성글게 별이 뜰 때
분꽃 닮은 우리 누나 일터로 간다
꽃밭에는 밤 사이 이슬이 내리고
누나는 일터에서 별처럼 잠을 못 이룬다
분꽃이 지며 별들이 하나 둘 잠들 무렵
분꽃 닮은 우리 누나 고개 숙여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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