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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과 햇빛, 신화와 역사, 가족사진을 보는 여유나의 산문 2020. 7. 13. 00:05
달빛과 햇빛, 신화와 역사, 가족사진을 보는 여유
김길순
언젯적 일인가. 오래 전 지나는 길에 사진관 진열장의
예쁜 얼굴들을 음미하면서 속으로 욕심을 내보기도 했다.
친구들과 지나가며 사진틀 앞에서 점수를 매기며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자기는 마치 백마 탄 왕자를 만날 거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랬던 친구들도 이제는 초로 노인들이 되었다.
여름이면 생수가 솟던 앵두나무 샘도랑 자리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 시원한 샘도랑은 사라졌어도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는 앵두나무 우물이건 옻나무 샘이건 맑은 샘 하나씩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반딧불이도 볼 수 없는 도심의 생활에서도 인공과 자연이 공존하며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고, 마음으로 수돗물과 샘물이 공존해야 할 것이다.
신화는 달빛 같은 것이요, 역사는 햇빛 같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관 앞에서 점수를 매기던 엉뚱한 관념 세계를 추억하면서도
돋보기 안경 너머로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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