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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도의 시집「입 속의 검은 잎」목차에서 제일 먼저 시작 메모 1에 「안개」시가 나온다.
<안개>시는 동아일보 1985 발표한 시이다. 안개란 시는 기형도의 상징도가 되는 시라 본다.
안개는 신춘문예 데뷔작이라 알고 있다.
그의 詩作메모에서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눈이 쏟아질 듯하다.(1988.11) 작성 -김길순-
안개 / 기형도
1
아침 저녁으로 샛江에 자욱히 안개가 낀다.
2
이 邑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江을 건너야 한다.
앞서간 一行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空中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江에서 한 발자국도 移動하지 않는다.
出勤길에 늦은 女工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동안
步行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食口가 되고
멀리 送電塔이 히미한 胴體를 드럴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듯이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는,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江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空氣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그 속으로
植物들, 工場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寄宿舍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醉客 하나가 얼어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三輪車는 그것이
쓸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不幸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正午 가까이
工場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銃身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辱說을 해대며 이 發水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邑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江에 자욱히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邑의 名物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株式을 가지고 있다.
女工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工場으로 간다.※ 기형도씨는 1960년 경기도 연평에서 출생하여 연세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했으며 84년에
중앙일보사에 입사,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등에서 근무했다. 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안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한 그는 이후 독창적이면서 강한 개성의 시들을 발표했으나
89년 3월 아까운 나이에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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