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이승훈「가을비」외 한편나의 이야기 2020. 10. 21. 00:05
이승훈「가을비」「가을」
시인 이승훈님의 <가을 비> 와「가을」를 함께 감상하고자 올립니다.
가을비/이승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을비였다. 스산하기보다는 <착찹한 밤>이었다.
<귀를 기울이면>빗발이 차츰 가늘게 대지에 닿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를 사로 잡았던 것은 현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환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환상은 저렇게 싸움이 끝난 밤에 <검은 소리>로 대지를 덮고 있었다.
어서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견딜 수 없기 때문이였다.
<가을비 내리는 밤에 착찹하게 부서지던>희망의 무게. 그렇게 밤새도록 부서지던
마음의 무게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가을 / 이승훈
하이얀 해안이 나타난다. 어떤 투명도 보다 투명하지 않다. 떠도는 투명에 이윽고 불이 당겨진다. 그 일대에 가을이
와 머문다. 늘어진 창자로 나는 눕는다. 헤매는 투명, 바람, 보이지 않는 꽃이 하나 시든다.(꺼질 줄 모르며 타오르는 가을.)
-환상의 다리, 일지사,1976-
※ 이승훈(1942-2018년)시인
1942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하여,1962년(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하였다.
한양대학교 섬유공학과에서 공부하다가 국어국문학과로 전과하여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초기 시들은 언어 자체를 대상화하는 작업에 집중하여
개념화를 거부하는 시세계를 주로 보여 주었다.
시집으로<사물들>,<당신들의 초상>,<당신의 방>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이상시 연구><방앗간>,<시론>등이 있다.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1970-1980),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1980-2003)를 역임하였으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명예교수로도 재직하였다
(1942-2018) 친필 유고 시집「무엇이 움직이는가」가 있다.
공감은 아래♡를 눌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