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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 저 가는 장독대나의 산문 2021. 3. 16. 00:05
잊혀 저 가는 장독대
김길순
얼마 전만 해도 아파트 베란다에 몇 개의 자그만 항아리 한 두 개는 놓고 살았다.
요즘 앞집 아파트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베란다마저 사라진 확장형 구조라 양념단지를
둘만한 자리는 없어 보인다.
일본식 양조간장이 들어온 후로는 장독대의 규모가 줄어들고 장을 담그는 일도 줄어들었다.
앞으로 세월이 더 흐른 후에 장독대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옛 선조의 고택이나 생가에 마당 한편에 항아리를 채워 놓은
곳도 간혹 보게 된다. 김치 냉장고가 나온 후로는 겨울날 항아리를 땅에 묻지 않고도
주부들이 편리하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빈 항아리가 있으면 겨울에 감을 넣어두면 오래 저장도 되고 가을 무를 신문지에 말아서
넣어두면 오래 먹을 수 있어 장을 담그지 않아도 쓸모 있는 항아리 역할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생활문화가 사라져 가는것에 대하여 아련하기만 하다. 할머니 어머니가 장을 뜨러
오르내리기도 하고, 날 좋은 날은 정갈하게 닦기도 하며, 뚜껑을 열어놓으면 까만 간장에
구름이 놀다 가던 장독대가 사라지는 것은 둥우리 잃은 날짐승처럼 좀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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