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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물수제비 잘 뜨는 법나의 이야기 2021. 5. 8. 00:05
물수제비 잘 뜨는 법
손택수
1
물결의 미끄러움에 볼을 부볐다 뗄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미끈한 돌을 찾아 한나절쯤을 순전히
길바닥만 보고 돌아다녀본 적이 있는가
무엇보다 손바닥에 폭 감싸인 돌을 만지작만지작
체온과 맥박소리를 돌에게 고스란히 전달해본 적이 있는가
돌을 쥘 땐 꽃잎을 감싸쥐듯, 돌을 날릴 땐나뭇가지가 꽃잎을 놓아주듯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한다
바람 한점 없는데 나뭇가지가 툭, 자신을 흔들 때의 느낌으로손목 스냅을 사용할 줄 안다는 그것, 그건
이별의 끝에서 돌과 함께 날아갈 채비가 되어 있다는 거다
스침에도 몰입이 있어, 딱
성냥을 긋듯이
단번에 한점을 향해 화락 타들어가는 정신,
2
그러나 처음 물에 닿은 돌을 튕겨올린 건 내가 아니라 수면이다
나의 일은 수면을 깨우는 것으로 족하다 그다음 돌을 튕겨올리는
건 물결들이 알아서 할 일, 앞물결의 설렘이 뒷물결까지 이어지도
록 그냥 내버려둘 일
똑똑똑, 가능한 한 긴 노크 속에
나른하게 퍼져 있던 수면을 바짝 잡아당기면서
손택수시인
1970년대 전라남도 담양 출생
경남대학교 국문학과, 부산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으로 등단
제3회 수주문학상 대상 2001년, 제2회 부산작가상2002년, 제9회 현대시 동인상2003년,
제22회 신동엽창작상2004년, 제2회 육사시문학상 신인상2005년, 제3회 애지문학상,
제14회 이수문학상2007년공감은 아래 하트를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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