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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참기름 짜기
    나의시 2021. 7. 7. 00:02

     

     

     

    참기름 짜기

                                                   김길순

     

    나는 오랜만에 기름집에서

    고소한 깻묵 냄새를 맡으며 전설 같은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번 막내딸 편으로 사돈이 보내온

    참깨를 간직해 오다 참기름을

    짜기 위해 시장 기름집에 나왔다.

     

    사돈은 늘 다리가 아프다시며 시골 사시며

    참깨농사를 조금 하신 것 같다.

    사돈이 나에게 깻묵 냄새를 남겼고

    나는 그 깻묵 냄새가 나는 시를 남기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체질이 누가 뭐라 해도

    깻묵 냄새를 좋아 하기 때문이다.

    가을날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깨알들이 녹아내리는

    희생의 상징시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들어가는 풀밭에서 파랗게 개인 하늘을

    고요히 우러러보다가 주인에게 털리어 떨어지면서도

    웃음 선사하는 참깨에서 순애殉愛를 느낀다.

     

    모든 음식에 들어가서 진액의 맛을 내는

    진액으로 남기 위해 기꺼이 짜이는 깨에서

    사돈의 정성에서 모성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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