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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김길순
봉선화 하면
우선"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고 하는 노래부터 떠오른다.
이 노래를 '한국의 영가'라고 한다.
흑인 노예들이 목화를 재배하면서 "흑인영가"를
불렀던 것처럼, 우리 계례는 일제의 질곡에서
'봉선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것은 눈물 속의 햇살로서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의 몸짓이다.
요즘 도시에선 간혹 장독을 망치로 깨뜨려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리만큼
공간이 부족하기에 장독대 옆
봉선화 심는 꽃밭 찾아 보기가 어렵다.
깨져버린 독의 잔해 속에 여인들의
정한이 꿈틀거린다고도 한다.
손톱에 봉선화 꽃물들여 주시던
젊은 어머니 나를 보고 웃으시던 저녁.
그 길었던 여름이 다가와 지나가고 있는데
도심의 창가에서 가녀린 봉선화 몇 포기를 보며
빛과 바람을 넘치도록 받아
고운 꽃 송이송이 많이 피어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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