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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배절(嘉俳節) 심훈
팔이 곱지 않았으니 더덩실 춤을 못추며
다리 못 펴 병신(病身) 아니니 가로 세로 뛰진들 못하랴
벼이삭은 고개 숙여 벌판에 금(金)물결이 일고
달빛은 초가(草家)집 용마루를 어루만지는 이 밤에―뒷동산에 솔잎 따서 송편을 찌고
아랫목에 신청주(新淸酒) 익어선 밥풀이 동동
내 고향(故鄕)의 추석(秋夕)도 그 옛날엔 풍성(豊盛)했다네
비렁뱅이도 한가위엔 배를 두드렸다네.
기쁨에 넘쳐 동네방네 모여드는 그날이 오면
기저귀로 고깔 쓰고 무둥서지 않으리
쓰레받기로 꽹가리 치며 미쳐 나지 않으리,
오오 명절(名節)이 그립구나! 단 하루의
경절(慶節)이 가지고 싶구나!* 음력으로 8월15일을 추석이라 하는데, 중추절이라고도 하고
가위, 또는 한가위라고도 했다. '가위'란 옛 신라 여인들이 길쌈하던
것을 가배라 부른 말이 변해서 된 말이다.
심훈 선생의 '상록수' 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의 소설
'상록수'는 일제 치하에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현상 소설에서
'심훈'이라는 필명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추석을 앞두고 심훈의 '가배절'을 올린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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