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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무(조지훈)나의 이야기 2022. 4. 10. 00:03
홍덕기 사진 작품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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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승무(僧舞)’라는 춤을 통해 세속적인 번뇌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으로, 4음보의 율격이나 소재면에서 전통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9연의 이 시는 춤을 추는 동작의 순서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별을 바라보는 여승의 모습을 통해 세속적 번뇌의 종교적 승화를 기원하는 여승의 내면세계를 드러내고 있다.작가 소개 - 조지훈(趙芝薰, 1920 ~ 1968)
시인. 경북 영양 출생. 본명 동탁(東卓). 1939년 “문장”지를 통하여 ‘고풍 의상’, ‘승무’, ‘봉황수’ 등으로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 정서를 노래하였으며, 박두진, 박목월 등과 “청록집”(1946)을 간행하였다. 시집으로 “풀잎 단장”(1952), “역사 앞에서”(1959), “여운”(196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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