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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유월의 독서나의 이야기 2022. 6. 23. 00:03
유월의 독서
박 준
그림자가 먼저 달려드는 산자락 아래 집에는 대낮에도 불을 끄지 못하는
여자가 살고 그 여자의 눈 밑에 난 작고 새카만 점에서 나도 한 일 년은
살았다 여럿이 같이 앉아 울 수도 있을 너른 마당이 있던 집, 나는 그곳에서
유월이 오도록 꽃잎같은 책장만 넘겼다 침략과 주름과 유목과 노을의 페이
지마다 침을 묻혔다 저녁이 되면 그 집의 불빛은 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
나고 새로 자란 명아주 잎들 위로 웃비가 내리다 가기도 했다 먼 능선 위를
나는 새들도 제 눈 속에 가득 찬 물기들을 그 빛을 보며 말려갔겠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셨던 유월이었다
박준(朴濬, 1983년 ~ )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출판사 창비에서 편집자로도 일하고 있다.
시집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년 12월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사) 2018년 12월
- 산문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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