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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럭키슈퍼-고선경
    나의 이야기 2022. 6. 30. 00:03

    다음 이미지 발췌

     

     

       조선일보 2022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럭키슈퍼 / 고선경                                                                                                                                                                  

    농담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

    전봇대 아래 버려진 홍시를 까마귀가 쪼아 먹네요

    나는 럭키슈퍼 평상에 앉아 풍선껌 씹으면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를 세어 보는데요

    원래 낙과가 맛있습니다

    사과 한 알에도 세계가 있겠지요

    풍선껌을 세계만큼 크게 불어 봅니다

    그러다 터지면 서둘러 입속에 훔쳐 넣습니다

    세계의 단물이 거의 다 빠졌어요

    슈퍼 사장님 딸은 중학교 동창이고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닙니다

    대기업 맛은 저도 좀 아는데요

    우리 집도 그 회사가 만든 감미료를 씁니다

    대기업은 농담 맛을 좀 압니까 ?

    농담은 슈퍼에서도 팔지 않습니다

    여름이 다시 오면

    자두를 먹고 자두 씨를 심을 거예요

    나는 껍질째 삼키는 게 좋거든요

    그래도 다 소화되거든요

    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 ?

    매일 걷는 골목을 걸어도 여행자가 된 기분인데요

    아차차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데요

    바람이 불고 머리 위에서 열매가 쏟아집니다

    이게 다 씨앗에서 시작된 거란 말이죠

    씹던 껌을 껌 종이로 감싸도 새것은 되지 않습니다

    자판기 아래 동전처럼 납작해지겠지요 그렇다고

    땅 파면 나오겠습니까?

    나는 행운을 껍질째 가져다줍니다

    ...........................................................

     

     

    ▲1997 년 안양 출생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조선일보 이문재 시인 정끝별 시인의 럭키슈퍼 심사평에서 2022 년 신춘문예는 '퉁치면서 눙치고, 貫 하면서 通하는 시적 패기'를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

    시의 봄은 세상의 봄보다 빨리 온다. 시의 나라에서는 새해 첫날이 새봄의 첫날이다. ‘신년문예 ’가 아니고 ‘신춘문예 ’인 까닭이다. 엄동설한에 봄을 열어젖히는 신춘 시처럼, 시의 시제 (時制 )는 언제나 미래다. 천 년 전을 노래하는 시라고 해도 그 시가 좋은 시라면 시의 마지막 행은 미래로 열리기 마련이다. 이번 새해 첫날에도 시의 나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 비자’를 발급한다. 시인의 숫자가 아니라 우리 시의 영토가 다시 넓어지는 순간이다.

    (럭키슈퍼 )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최근 시의 파장 안에 있으면서도 지금 -여기의 사회 현실과 청춘의 당사자성이 감지된다는 미덕이 있었다. 버려진 과일(홍시 ), 낙과 (사과 ), 씨는 물론 껍질째 먹는 과일 (자두 ), 그리고 부풀었다 터지는 단물 빠진 풍선껌, 헐렁한 양말, 납작한 동전을 먹는 자판기 등이 있는 ‘럭키슈퍼 ’가 화자의 현주소다. 젊은이의 미래와는 먼 오브제들이다. 화자는 ‘농담 맛’이 가득한 ‘럭키슈퍼’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화자의 동창이자 ‘럭키슈퍼’ 사장 딸은 감미료로 비유되는 ‘대기업의 맛’을 맛보고 있다는 대비도 능청스럽다. 퉁치면서 눙치고, 관(貫 )하면서 통(通 )하는 ‘행운’의 의미를 농담과 엮어내는 시적 패기를 높이 평가했다. 신춘 같은 미래를 향해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딜런 토마스 ), 그런 시의 힘을 기대한다. "카페 시인회의에서 옮겨온 글"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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