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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서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밭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 문태준(1970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1970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나 김천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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