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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
이해원
통기타와 청바지를 싣고 달리는 ITX청춘열차
용산에서 춘천까지
시간을 거슬러 달린다
빛바랜 스무 살의 꿈을 채색할 때
사라진 하늘이 달려와 합석을 하고 추억이 마주 앉는다
강물처럼 기억이 반짝인다
목적지를 향해 전동차는 앞으로 가고
우리는 아스라이 멀어진 그때를 향해 페달을 뒤로 밟는다
높은음자리의 웃음이 쏟아지는‘청’
행운을 찾던 초록 들판의‘춘’
차창은 고속 스크린, 바람이 터치하자 코스모스 분홍 꽃무늬가 찍히고
함박눈이 내리다가 금세 비키니가 파도를 탄다세상의 손끝에서 흩어진 웃음이 과속으로 달려오고 흘러간 봄이 역류한다
기타 줄처럼 팽팽했던 시절을
어느 역에 흘리고 왔을까
느슨해진 시간을 알아볼 수 있을까
중앙선을 넘고 하늘을 들이받던 내 청춘의 속도는 시속 300km
길은 모두 직진이었다
<미래시학>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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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원 시인
201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일곱 명의 엄마』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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