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옛 노트에서나의 이야기 2022. 11. 11. 00:02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련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좆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렵>(문학과 지성사)
**********************************************
장석남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꽃밟을 일을 긴심하다>등
현재 한양여대 문창과에서밥을 번다 -작성 김길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그림 (72) 2022.11.13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많아 진다. (80) 2022.11.12 고향말 (사투리) (76) 2022.11.10 루소와 연인이었던 바랑 부인 (73) 2022.11.09 (시)압화壓花 (81) 202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