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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찮은 물음나의 이야기 2022. 12. 27. 00:01
하찮은 물음
윤성관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느 대학 가고 싶니, 죽을 둥 살 둥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고등학교를 묻고, 회사에서는 대학교와 학과를 묻고, 결혼 후에는 어디에 있는 몇
평 아파트에 사느냐 묻고, 늙은 요즘에는 자식들이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하찮은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만큼 하찮게 살아왔지만
물어보려면,
저 별빛은 언제 태어났는지,「전태일 평전」을 읽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은 적 있는지,
귀를 자른 한 화가의 자화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詩)가 얼마나 많은지, 당황하더라도 이 정도는 물어야지
아니면 최소한,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물어줘야지
아침마다 새들이 묻는 소리에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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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2022. 지혜* 윤성관 시인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30여 년을 LG화학과 에이프로젠에서 일했고, 2020년 계간 『애지』로 등단했다.
시집 『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출처] 하찮은 물음 / 윤성관 -작성자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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