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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묻지도 않고나의 이야기 2023. 4. 10. 00:01
묻지도 않고
심언주
나는 살아간다.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생각하지 않아도 살아간다. 생각하다가 불을 끄지 않고 살아간다. 가스불을 끄지 않아 출근길을 되돌아간다. 불 끄러 갔다가 불이 꺼져 있어서 살아간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서 조금 늦게 도착하면서 살아간다. 불을 끄면 생각이 켜진다. 생각. 생각. 생각. 생각을 품은 채 잠이 들고 생각을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생각은 생각을 키우고 생각에 곰팡이가 필 때까지 꺼지지 않는 생각에 발목이 잡혀 살아간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길 끝에 집이 매달려 있고 내 생각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생각을 잡지 않고 살아간다. 네 생각을 묻지도 않고 살아간다. 생각을 닫지 않고 살아간다. 생각 없이 앞만 보며 간다. 아무 데나 생각을 쏟아내다가 내가 쏟아지면서 살아간다. 생각이 싹트는 걸 보면서 간다. 다시 생각하면서 간다. 살아 있으면 간다. 나는 살아간다. 나는 살아서 어딘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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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주 시인
2004년 ≪현대시학≫에 <예감>외 4편으로 등단, 시집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처음인 양』 이 있음. [출처] 마경덕 카페에서 발췌 -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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