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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정오의 카페7그램
    나의 이야기 2023. 6. 28. 00:01

     

     

    정오의 카페 7그램

                                           강기원

    그곳에서 만나

    너와 내가 깃털보다

    가벼워지는 곳

    우리의 윤곽이 사라지는 곳

    미농지보다 얇게 널 볼 수 있는 곳

    오지 않은 너의

    발걸음이 내 심장 속에서

    쿵쿵거리는 곳

    불현듯 당도한 네가

    늦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

    우리의 질량이 같아지는 곳

    나의 7그램에

    너의 7그램을 합해도

    여전히 7그램인 곳

    우리가 흔적도 없이 스며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 곳

    비로소 네가 너인 곳

    내가 나인 곳

    영혼에도 냄새가

    있다고 믿는 곳

    누가 어떤 저울에

    우리 영혼을 달아본 걸까

    아무튼

    그곳에서 만나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에

    - 『그곳에서 만나,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에』(달아실, 2023)

    ***

    중국의 한 선비가 기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기녀는 선비에게 “선비님께서 만약 제 집 정원 창문 아래서 의자에 앉아 백일 밤을 기다리며 지새운다면, 그때 저는 선비님 사람이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흔아홉 번째 되던 날 밤 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팔에 끼고 그곳을 떠났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동문선, 2004)

    사랑이란 뭘까요? 진부한 질문과 함께

    강기원 시인의 사랑시집 『그곳에서 만나, 눈부시케 캄캄한 정오에』에서 한 편 띄웁니다.

    이 시를 만나기 전까지 사실 "카페 7그램"이라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 시를 만나기 전까지 사실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를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1907년 맥두걸 박사가 과학저널에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시를 만나기고 보니 사랑에 빠지기에 적당한 영혼의 무게는 7그램이었습니다.

    "카페 7그램"이 에스프레소 1샷을 만드는 원두의 양이 7그램이란 데서 착안한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강기원 시인은 말하길, 우리의 영혼 21그램 중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이랍니다.

    그렇게 카페 7그램과 사랑 7그램이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에 만났습니다.

    아니 카페 7그램과 사랑 7그램이 만났으니 눈부시케 캄캄한 정오가 되었습니다.

    강기원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50편의 시를 통해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에 빠지고 싶거나 사랑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일독을 권합니다.

     

    ※ 강기원 1957년 서울에서 출생.

    1997년(작가세계)신인상에<요셉 보이스의 모자>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2006년 제25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출처 ) 마경덕 카페에서 옮겨옴.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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