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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의 고백
    전체보기 2010. 11. 15. 07:00

     

     

     

     

     

     

     

     

     

     

     

     

              

     

     

    닭의 고백                                   김길순

     

    나는 원래 계란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태어나 숨을 쉬면서부터 이상의 꿈을 꾸기 시작하였습니다. 계란으로서 미래에 대한 꿈이란 빤한 거 아니겠습니까. 껍질 깨고 병아리로 태어나는 날이면 어미닭을 따라서 봄나들이도 가야겠지요. 개나리 울타리 가에서 햇볕을 즐기며 개나리 꽃잎 물고 뿅뿅 봄노래도 부르게 되겠지요.


    눈녹은 보리밭으로 아장아장 나가서는 물을 물고 하늘을 보면서, 아름다운 세상에서 가슴이 부풀게도 되겠지요.

    병아리 시절에는 그래도 좋았답니다. 닭이 되면서 “꼭끼요오_” 하고 목청껏 뽑겠다는 웅지(雄志)를 기르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왜 하필이면 이 세상의 하고 많은 만물들 가운데 닭으로 태어났는지 모릅니다. 나는 원래 순수한 병아리였습니다. 그리고 숨쉬는 계란이었습니다.

    세상을 조금씩 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고민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계란으로 삶아지고 양념통닭으로 구워지고 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배고픈 사람에게는 소금을 찍어 먹고 가라고 말이라도 했습니다.


    인정머리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거름자리를 후비는 동안에 부리와 발톱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이제 와서 본래적인 자아를 찾고자 하는 충동을 느낀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부질없는 이 욕구는 나로 하여금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진솔한 고백을 하게 합니다.

     

    내 이름은 닭이 올시다. 그리고 원명은 달걀이나 계란이요, 아명은 병아리요, 관명은 조선닭이올시다. 아침마다 제 소리는 자명종 역할을 합니다. 제 소리를 듣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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